의료봉사를 시작하기 전날부터 24시간 동안 드라마같은 하루를 보냈다.

수술실을 잘 준비하겠다고 의사가 두 명 이상 동시에 수술을 할 경우도 수술이 가능한 환경인지 물어본 질문이 화근이 되었다. 한국에서 오시는 의사는 모두 세 사람,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어시스트를 한다고 하더라도 두 의사가 동시에 수술을 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간다 현지 면허를 가지고 계신 분은 한분이므로 수술을 허락한 병원에서 트집을 잡으려면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개의치 않고 솔직하게 모두 다 말한 것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전날 밤 1130분 출장 중인 병원장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문자의 내용은 우간다 면허가 있는 한 사람만 수술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으며 두 의사 모두 충분히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들이었고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당일 날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멀리서부터 이곳 사람들을 돕기 위해 오신 분들에게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하게 된다면 너무나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의료봉사 첫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미나 차 캄팔라로 간 병원장을 대신하여 병원장사모가 나를 불렀다.

우리는 절대로 우간다 면허가 없는 의사의 수술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네 한 분이 수술을 하실 것이지만 다른 두 의사가 도울 것이고 환자가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실은 두 개가 필요합니다.”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며 다시 이야기한다.

절대로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시도를 하시면 절대로 안됩니다.”

급기야는 의사들을 불러놓고 또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바쁜 시간과 비싼 비용을 들여 헌신하러 이곳까지 온 의사들에게 도움과 감사인사는 하지 못할망정 차갑게 대하는 병원장사모가 너무 야속했다. 기쁜 마음으로 봉사의 첫날을 시작한 우리 모두는 얹짢고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한 의사가 수술을 하고 두 의사가 어시스트를 하기로 하고 모두 수술실로 들어갔다.

내가 긁은 부스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병원장 사모는 혹여 우간다 면허가 없는 사람이 수술을 하지 않을까 아예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에서 매의 눈으로 감시할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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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또 다른 걱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카라모자에서 온 아이에 대한 것이었다. 아이는 언청이인데 너무 어려서 전신마취가 되어야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제 마취 담당 간호사가 도구를 준비해보겠다는 말을 한 것을 철썩같이 믿고 전날 밤부터 음식도 먹이지 않고(전신마취 시에는 위가 비어있어야 함) 수술을 기다리게 했는데 아침에 결국 필요한 도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실망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먼 길을 오게 했는데, 힘든 피검사도 마쳤는데 그냥 돌아가라고 한다면 너무 큰 실망이 될 것이었다.

나의 말 실수 때문에 일이 꼬였기에 의사 선생님들을 볼 낯이 없고 괴로웠다. 또 우리가 도와주길 기대하며 기다리는 아이를 볼 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렇게 오전이 지났다. 점심식사 준비를 하면서 무거운 마음을 잊으려고도 해봤고 정신도 없어 그렇게 오전이 지났다.

그러다가 수술실을 잠깐 방문했는데 사정은 생각보다 나았다. 매의 눈을 한 사모가 여전히 감시하고 있기는 하였지만 두 분이 동시에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수술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둘 다 전문가이고 병원장 사모 본인도 두 분의 솜씨에 놀라 첫 수술부터 중단은 시키지 못하고 명목상 감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한시름 놓았다. 한사람만 수술을 해야 한다면 환자에게도 의사들에게도 너무 죄송한 상황인데 수술이 시작되자 마자 그 문제는 해결이 된 듯 했다. 그럼 이번에 남은 것은 카라모자 아이의 문제이다 

마취 담당 간호사를 불렀다.

왜 전신마취를 못하나요? 전신마취를 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가요?

어린 아이용 호스와 주머니가 필요합니다.”

그 두 가지만 있으면 정말 가능합니까?”

, 가능합니다.”

그래 그 두 가지 , 두 가지 라면 쉬운 듯 했다. ‘하나님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오늘 구해야 한다. 무료 수술은 단 이틀 동안만 이루어지니까, 내일 수술을 하려면 오늘 구해놔야 한다. 이미 시간은 정오를 지나고 있었다.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할까? 먼저 잘 아는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린이용 마취호스와 주머니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캄팔라에서 구할 수 있을겁니다.”

다른 더 가까운 곳에서는 구할 수 없나요?”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한번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찾지 않을 것이 뻔하다. 자신의 이익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경우를 이곳에서는 별로 보지 못했다.

수술을 돕고 있는 의대생이 떠올랐다. ‘그래 의대생들은 의사들을 많이 알테니까 마취쪽 의사들과 연락 할 수 있을거야. ’

수술을 돕는 한 의대생을 불러 사정을 이야기하고 이 두가지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도움을 구했다. 알아보겠다고는 했지만, 역시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다.

 

캄팔라의료상에도 알아보아야 한다. 병원에서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함께 일하는 사역자에게 전화를 부탁했다. 그런데 전화연결이 안되는 것이었다.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기도했다. 하나님 누구로부터든 좋은 소식이 오게 도와주세요. 사역자는 캄팔라 의료상과 통화는 되었지만 우리가 필요한 두 개 중 하나인, 호스는 있는데 주머니는 구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호스라도 사러 사람을 보내야 하나. 이곳에서 5시간 걸리는 캄팔라까지... 아 어떻게 하지

알아보겠다고 했던 의사에게도 연락이 없고, 의대생도 연락이 없다. 시도를 해 본 것인지 그냥 대답만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만큼 이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는 듯 했다. 이미 시간은 오후 3시를 향했다. 그럼 어쩌지 이대로 집으로 되돌려 보내야 하나. 환자를 데리고 온 사역자 윌리엄 역시 힘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침 뿐 아니라 점심도 게다가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수술을 기다리는 아이나 엄마도 힘이 없는 모습이었다